시간과 기억.
흔적 2007/01/31 15:35그 기억들. 특히나 시간이 오래된 기억일수록. 그 기억들은 어떠한 형태로 나의 한쪽 깊이 잘 꼼곰히 숨겨져 있는걸까. 시간이 지날 수록, 기억이라는 괴이한 생체분비물들의 화학작용 - 어짜피 뇌에서 일어나는 화학작용의 일부분이니까 - 은 어떠한 형태로 다듬어지고, 깎여지고, 제련되어 변형되는가.
그 기억들은 이상하게도, 그때 당시엔 알지 못했던, 혹은 느끼지 못했던 어떠한 원형을 찾아서 변형한다.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야, 그 자신은 조금 더 그 원형을 파악할 수 있게된다. 마치 오래된 잘 담궈진 술이 알콜속의 불순물들을 천천히 제거해나가 더욱 좋은 술을 만들어가듯, 우리들의 기억은 그렇게 천천히 착실하게 기억의 불순물들을 제거해 나간다. 그리고 원형이 남는다.
그것은 이데아이다. 내가 경험했던 사랑의, 내가 경험했던 아픔의, 혹은 수치심과 모멸감의. 그리고 결국 그것들이 지금의 나를 형성한다. 그래서, 그것은 소중하다. 그것들은 기억의 원형이며, 이데아이며, 나를 구성하고 있는, 나를 움직이게 하는, 나를 살아 숨쉬게 하는 에너지이며 일종의 원소다.
나는 그래서, 이것들을 증오하면서도 버릴 수가 없다. 또는 사랑하면서도 실제로 가질 수가 없다. 그것이 지금의 나이며, 지금의 당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