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와의 조우
망상 2008/07/28 23:02"야. 이거 뭐냐."
"서태지와 아이들."
"아... 난 알아요?"
"아니, 하여가."
"하여가? 뭐 제목이 그러냐."
사실 그 초등학생은... 아니, 나는... 난 알아요가 무엇인지 몰랐다. 말했지 않았는가. 난 '가요' 따위엔 흥미가 없었더라고. 그래도 초등학교 고학년이라는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최신유행'의 기조는 습득하고 있어야 했던 터라, '서태지와 아이들'이니, '난 알아요'같은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이름같은것은 당연스레 외우고 다녔다. (사실 고백하건대, 난 '서태지와 아이들'을 처음에 조영남같이 생긴사람이 옆에 꼬마애들 데리고 나와서 동요같은 노래 부르는 사람인줄만 알았다. '아이들'이 나오고, 그 아이들이 이제 막 커가는 동심의 심정으로 아! 이젠 알겠다 싶어서 '난 알아요!' 하고 외치는 꼴이 딱 들어맞지 않은가.)
아, 죄송.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어쨌든 어디선가 이름은 들어 외우고 있었으나 정작 뭐하는 사람인지, 노래가 어떻게 생겨먹었는지도 모르는 나는, '서태지와 아이들' 하면 으례 따라나와야 하는 '난 알아요' 라는 꼬리표가 따라나오질 않아 잠시 당황했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난 초등학교 고학년이다. '훗. 하여가?' 하면서 쿨하게 받아넘기고, 난 더이상 불필요한 대화는 생략했다. 나에게 워크맨을 반강제로 빼앗긴 아이에게서 내가 더 이상의 정보를 구걸한다면 그것은 자존심이 구겨지는 일이었으므로. 그래서 난 또, So Cooool 하게 테잎을 꺼내 A, B면을 살피며 '난 알아요'를 찾아댔다.
젠장, 없다!
순간 나는 나의 '최신유행'의 지식을 의심했다. 하긴 그럴것이, 난 '가요' 따위엔 관심을 두지 않았었으니까. 나의 '가요'에 관한 지식은 순전히 껍데기일 뿐, 실체에 관해선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잘 기억은 나지 않는데, 내가 그때 당시에 알고 있었던 가수의 이름은 '오아야이야 베베'의 '조르디', 이름모를 노래의 '듀스', 알없는 안경으로 유명했던 '이상우', 키다리 '심신' 거의 이정도였던것 같다. (전후가 맞지 않는 상황이라도 이해해주길 바란다.)
자자. 쓸데없는 이야기는 빼버리고. 재미없는 이야기의 매듭을 짖자면.
Play!
그래, 앞에 뭐가 어쨌고 저쨌고 이런거 다 빼고, 결국 저 버튼을 힘을 주어 꾸욱 누르던 순간. 난 서태지와 처음 만났었다. 음악이라고 해봐야, 몇몇 귀에 익은 식상한 클래식, 동요가 전부이던 나에게 새로운 세상이 열렸던 그 순간이었다. 낯간지러운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사실이 그랬다. 생천 처음들어보는 사운드와 멜로디, 그리고 랩. 아마도 음악이라는것을 들으면서 가슴이 뛰었던 순간은 그때가 처음일꺼다.
시간은 쭈욱 흘렀다.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고, 그 마저도 끝나가고 있다. 1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니까. 나도 많이 자랐고, 서태지 - 이하 '대장' - 도 많이 늙었다. 나도, 대장도 같이 15년을 보냈다.
난 예전처럼 대장의 빠돌이도 더이상 아니고, 나우누리 '서기회'의 멤버도 더이상 아니고, 팬클럽에 가입하지도 않았고, 이젠 대장의 음악보단 Coldplay, Oasis, Radiohead 같은 밴드들이 훨씬 좋고, 대장의 예전음악을 찾아듣기보다 이문세, 유희열, 유재하의 예전 음악을 찾아듣는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건 언제나 대장형의 새로운 음악을 들을 땐 93년 엑스포의 그 밤이 떠오른다. 처음으로 서태지.. 아니 대장과 조우했을때의 그 가슴벅참과 새로움은 아직도 나에게 유효하고, 분명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기억을 가지고 한 뮤지션을 15년동안이나 꾸준히 접할 수 있었던 나는. 대장과의 조우가 아직도 기다려지는 나는. 분명히 행운아다.
